여행/20겨울, 쿠바

[쿠바 intro#3] 경유지 토론토

HLLM 2020. 7. 21. 11:33

집-(셔틀1)-(셔틀2)-(셔틀3)-(도보)-터미널-토론토-아바나

 

우버를 이용하면 25불 내외로 집에서 터미널까지 바로 갈 수 있지만, 이번 여행의 테마인 '저비용 다경험'을 위해 셔틀버스 3개를 갈아타면서 이동하기로 했다. 눈이 오는 바람에 3번째 셔틀버스가 예정보다 늦게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했다. 터미널까지는 도보 16분인데 그러면 버스를 놓친다. 앞뒤로 백팩을 메고 11분에 그 거리를 주파했다. 오른쪽 햄스트링이 욱신거렸다. 쿠바에 닿기도 전인데.

 

다행히 버스 출발 2분 전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승차 게이트가 13번인데 13번이 안 보인다. 게이트 번호 없이 메가버스라고만 써있는 쪽에 자리를 잡긴 했지만 혹시나 몇분 전에 출발한 건 아닌지 안절부절. 주위에 물어보니 내가 타야할 토론토행이 맞단다.

 

결국 15분이 지나서야 버스가 도착했다. 국경에서 잠깐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 여권들고 캐나다 입국심사를 마쳤다. '어디서 출발했냐, 어디로 가느냐, 전에 캐나다에 온 적 있냐, 왜 가냐'를 물어보고 사무실 잠깐 갔다오더니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심사실에서 단체로 대기하다가 모든 승객들이 심사를 마치고 나면 다같이 버스에 탑승한다.

 

토론토로 가는 중간에 오른쪽에 보이는 온타리오 호는 파도가 쳐서 바다로 착각했다. 면적이 강원도 보다 크다. 저 멀리 토론토의 랜드마크인 CN타워가 보였다. 토론토에 입성하고 받은 첫 인상은 '뉴욕과 비슷하다' 였다. 대신 좀 더 깔끔한. 도시는 잘 정돈되어 있었고 고층 오피스텔들이 맨해튼 하이라인 파크를 걸으며 봤던 그것들과 비슷하게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처음 보는 은행, 사무용품 체인점 로고 등으로 여전히 낯섦을 느끼다가 WeWork, 글로벌 호텔 체인들, 스타벅스 로고들을 보고 이내 작은 익숙함을 느낀채로 토론토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구글맵을 켜니 와이파이가 안됐다. 아, 내 유심 미국 전용이지. 어느 정도 헤맬 것을 각오하고 '터미널인데 근처에 지하철 역 있겠지'하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이 안 보여서 빙빙 돌았다. 잠깐 와이파이가 연결 돼 구글 맵에 지하철역이라고 뜨는 곳까지 갔지만 표지판이나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는 없었다. 조금 지켜본 결과 지상레일만 다니는 것 같았다. 가장 가까운 역을 찾아가 와이파이를 다시 연결해보기로 했는데 다행히 그 역엔 한국처럼 지하로 통하는 출입구가 있었다. 와이파이를 켜고 환전소 검색을 했더니 아까 그 역 바로 옆에 있어서 되돌아 가 환전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매 역마다 도로 위에 지하로 가는 출입구가 있는 건 아니고, 어떤 역은 상가 안으로 들어가야만 지하철로 통한다.

<사진1> 토론토의 대중교통 (TTC) 표시. 2,3번째 사진의 지하철역은 상가 안으로"만" 통한다.

 

 

정오 쯤이었고 저녁 비행기라 시간은 꽤 있었다. 하지만 한겨울에 무거운 백팩 두개를 짊어지고 여기저기 둘러보기는 어려웠고 대신 비교적 한인타운이 크게 형성되어 있는 토론토에서 국밥을 꼭 먹고 싶었다. 1시쯤 토론토 유학생들에게 추천받은 이남장에 도착했다. 설렁탕과 밑반찬은 역시 한국에서 먹는 것 만큼은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깍두기는 먹을만했다. 그래도 토론토에서 설렁탕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사진2> 이남장 설렁탕, 팁포함 2만원

 

 

이남정근처 Younge Sheppard st. 근처엔 콘도가 많은데 우리나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같은 개념인듯하다. 근데 꼭 로비가 호텔로비 같았고 거기서 게바라 평전을 읽다가 Finch H-mart에 들렀다. 토론토에는 한인타운이 두 군데 형성되어 있는데 하나가 Christie역 근처고 하나는 North York Centre역과 Finch역 사이다. 전자는 구시가지 한인타운이고 후자가 신시가지로 깔끔했고 점점 모여드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역에서 내려서 H-mart 가는 5분 남짓한 시간에 한국학생들 무리를 꽤 만났다. 마트 안에는 죄다 한국인이었다. 붕어빵도 굽고 계셨다. 라면, 빼빼로를 사고 근처 주상복합몰 가서 물티슈,티슈 사고 Kipling역 가서 900번 피어슨 공항행 셔틀을 탔다. 승객이 나 밖에 없었다. 요금통이 안 보여서 기사님께 요금 언제 내냐고 물으니 그냥 들어가라면 된다고 했다. 뭐지?

 

공항 1터미널에 도착해서 키오스크로 티켓을 출력했다. 오기 전에 내 무겁고 두꺼운 구스다운을 맡겨둘 곳을 찾아보니 코트체크인을 할 수 있는 곳이 3터미널에 있었다. 1터미널엔 옷 말고 짐보관만 가능하다고 했다. 공항트램을 타고 10분쯤 걸려 3터미널 가서 맡겼다. 혹시나 해서 그쪽 직원한테 물어보니 1터미널에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뭐지?

 

저녁먹고 탑승구로 이동했다. 저녁은 닭다리구이(매쉬포테이토, 감튀, 크랜베리소스, 데미소스?, 초콜릿5개, 탄산수추가)였고 맛은 아쉬웠다. 기내 수하물 검사관이 부르더니 백팩 내용물을 끄집어 낸다. 카메라 삼각대 있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등산지팡이 있냐고 물어보고 (없었다), 세면도구 꺼내더니 담부턴 지퍼백에 넣으라고. 이것 때문에 15분이 지체됐다. 애초에 면세점 관심 크게 없었지만 못 둘러봐서 아쉬웠다. 7시 30분 탑승시작시간 정시에 도착했지만 막상 시작은 50여분에 했다. 혹시 아바나 공항에서 시내 가는 택시 쉐어 할 한국인 없나 찾아봤는데 한국인은 없는 듯했다.

 

<사진3> 피어슨 공항에서의 아쉬웠던 저녁식사. 2만원이 조금 넘었다.

 

 

에어캐나다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있는 곳에서 가려면 플로리다를 거쳐서 가야하기도 했고 에어캐나다가 항공권 가격에 쿠바비자 비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포함한 가격이 다른 옵션들보다 많이 저렴했다. 항공서비스는 별로였다. 개별 모니터는 고사하고 고도, 위치 따위가 나오는 모두가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없었다. 비행 내내 음료 서비스가 한번 이었고 음료 종류도 다양하지 못했다. 충격적이었던 건 앞좌석 주머니에 전 승객이 버린 과자봉지가 그대로 있었다. 제주도 가는 저가항공보다 못했다.

 

시차 없이 밤 11시 46분, 비행기 바퀴가 아바나 땅에 닿았다

 

출처

갤럭시 S9+ 기본 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