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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기 - 갈등 상황을 역전시키는 지혜 본문
최근에 본 Before Sunrise(1995)의 한 대목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여행을 하다가 같은 기차에서 만나 서로에 이끌린 Jesse(Edan Hawke분)와 Celine(Julie Delpy분)은 비엔나에 내려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다니다가 그들은 서로의 결점에 대해 사소한 말다툼을 하게 되고, 곧 다음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Jesse: Yeah. So, uh, were we having our first fight back there? (어, 우리 방금 첫 말다툼 한거네?)
Celine: No. (아니.)
Jesse: Yeah, I think so. I think we were. (아냐. 우리 말다툼 했어.)
Celine: Well, even if we were a little bit, y'know. Why does everyone think conflict is so bad. There's a lot of good things coming out of conflict. (뭐 그래, 그렇다 치자. 근데 왜 다들 다툼이 나쁘다고 생각하는걸까? 그 다툼 덕분에 좋은 것들을 얼마나 많이 얻는데.)
Jesse: Yeah, I guess so. (음,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여자는 남자가 점술가를 비아냥거렸던 것을 에둘러 지적하기 위해 본인의 결점에 대해 묻는 것으로 운을 뗐다.
남자의 행동에 대해 작은 말다툼이 오가고 위 대화가 이어진 것이다.
둘은 말다툼에서 한발짝 물러서 새로운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보았다.
누구 하나가 마음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자는 본인들의 '첫 말다툼'이라는 의미를 부여했고, 여자는 갈등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며 둘은 관계의 단단함을 취한다.
이와 같이 갈등 상황에서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은 황희정승 이야기로 유명한 양시론에도 있다.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 시비를 가리는 상황에서 '너도 옳고, 너도 옳구나'하는 지혜.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고 있을 때 아무도 잘못하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아는 지혜.
사소한 말다툼이 서로에게 큰 상처와 깊은 감정의 골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마다 한발 멀어져 상황을 바라보면 말도 안될 정도로 간단한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위 영화의 장면처럼 말이다.
우린 종종 더 큰 프레임이 있다는 생각으로 갈등상황을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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