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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겨울, 쿠바

[쿠바 #4] J와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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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9/목

아바나대학-말레꼰-산타클라라행 열차 탑승

 

오늘은 산타클라라로 가는 날이다. 씻고 아침먹고 짐 맡기고 숙소를 나왔다. P12 버스를 타고 아바나대 근처 정류장에 내려 10여분 정도 언덕을 올라 아바나 대학에 도착했다. 캠퍼스 맵이 보여주듯 사이즈는 크지 않았고 건물들도 낡았다. 인상적인 건 탱크 조형물이 있었는데 혁명정신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사진1> 아바나 대학의 캠퍼스맵, 탱크 전시물, 강의실

 

<사진2> 아바나 대학에서 바라본 아바나

 

 

아바나 대학생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느끼고 싶어서 캠퍼스 곳곳을 관찰했다. 테라스에서 학생들은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이어 중앙 도서관에 들어가 책을 읽으며 그들을 관찰했다. 노트북을 쓰고 있는 학생이 한명 있었고 워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배고파서 캠퍼스 바로 옆 식당 가서 보니 위생상태라던가 메뉴들이 아무리 내가 현지화된 여행을 지향한다고 해도 도저히 먹을 용기가 안난다. 정처 없이 걷다가 말레꼰 앞까지 와서 '엘 이탈리아노'라는 현지 식당에서 믹스따 피자랑 망고쥬스2잔을 시켰다. 점원으로 보이는 청년이 영어로 더듬더듬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관심을 보인다. 얼마 후 마른 체형의 노인이 와 가세한다. 청년의 영어교사란다. 

 

<사진3> 저렴하게 한끼 해결, 50CUP

 

말레꼰을 따라 쭉 걸었다. 파도가 높게 치는 말레꼰 길은 파도에 휩쓸려 몸이 홀딱 젖거나 차도로 밀려날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숙소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걷고 있는데 옆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결혼식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4> 웨딩촬영 후 차를 타고 가면 주변 차들이 경적을 마구 울려준다.

 

 

여러 여행기에서 극찬한 그랜드 호텔 루프탑에 도전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극찬할 만 하다. 그런데 직원이 다가오더니 투숙객이냐고 물어보고 투숙객만 이용가능하다고 한다. 2층 로비로 내려와 좀 쉬다가 맵스미 어플에서 추천한 모히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사진5> 맛있었던 모히또 아이스크림. 1CUC.

 

숙소로 와서 양치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30여분 걸어서 대합실에 도착했다. 저녁거리로 뭐 사먹을 게 없나 둘러보다가 온통 쿠바노인 대합실에서 서양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 보여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넸더니 앉을래? 물어봐서 조인했다. 독일여자애 J(나중에 알았는데 동갑이었다.)와 쿠바노 작가 아저씨였다. 쿠바노 중 일부는 유럽이민자의 후손이다. J는 산타클라라에 간다고 하고 작가 아저씨는 근처에 사는데 동네 마실겸 나와 있다고 했다. 본인이 쓴 책과 책에 담은 철학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고 명함을 받아왔다.

기차는 산타클라라에 새벽 1시 좀 넘은 시간에 도착예정이었고, 나와 달리 J는 숙소 예약을 했다고 했다. 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고 난 고마운 마음으로 수락했다. J는 1등석을 예약해놔서 따로 앉아 갔다. 물어보니 차이는 에어컨과 천장 모니터였다.

<사진6> 아바나~산타클라라 열차 내부 시설

 

기차는 생각보다 좋았다. 쿠바의 기차, 버스들은 러시아나 중국에서 수입해 온 것들이다(하지만 아직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많다). 곳곳에 한자가 써 있었다. 같이 앉은 앞뒤 좌우 사람들도 평소 못 보던 아시안이 신기했는지 괜히 말도 걸어주시고 되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차장 아줌마도 친절했다. 음료 하나 샌드위치 하나 달라고 하니까 장정인데 그거 가지고 되겠냐고 빵을 2개를 내미셨다. 처음엔 강매인가 싶어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결론적으로 약간의 오지라퍼이셨던 것이다 한발 물러나 주셔서 한 개를 먹을 수 있었다. 내 바로 앞자리 아줌마는 자기랑 아들이 한국드라마 좋아한다고 천국의 계단 얘길 한다. 구글 번역기까지 켜서 얘기를 하셨다. 한류 만세다.

 

<사진7> 열차에서 먹은 간식

 

 

열차에선 자리가 자리라 뒤척이긴 했지만 꽤 조용한 분위기라 눈을 좀 붙일 수 있었다. 운행 예정 시간이 6시간 이었지만 7시간이 넘게 걸려 새벽 2시 경에 산타클라라에 도착했고 비가 조금 내리고 있었다. 

J와 20분 정도 걸어서 백팩커들을 위한 까사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엄청 왔다. 1층이 주인집, 2층에 화장실 하나와 침대 4개가 놓여진 방 하나가 전부인 숙소인데, 마침 J가 예약한 침대 말고도 침대가 하나 비어서 거기 자리를 잡았다. 가장 안쪽 침대엔 남녀가 함께 자고 있었고(다행히 옷은 걸쳤다), 침대 하나엔 남자 한명이 자고 있었다. 행여 깰까봐 조심스럽게 최소한의 짐만 꺼내고 씻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