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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6] 다채로운 트리니다드 본문

여행/20겨울, 쿠바

[쿠바 #6] 다채로운 트리니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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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토

산타클라라-싼티 스피리투스-트리니다드-까사 데 라 뮤지카

 

트리니다드로 출발하는 날이라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어제 아침에 한번 당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서 오늘도 후안네 여동생네서 3쿡짜리 아침을 먹었다.

후안이 불러준 말택시를 타고 5분 정도 달려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도착했더니 트리니다드라는 말은 없고 사진처럼 마니카라과 행이라고만 쓰여 있다. 지도를 검색해보니 산타클라라에서 남쪽으로 해변에 닿기까지 내려가면 트리니다드인데 그 중간에 있는 것이 마니카라과였다. 그래도 후안이 트리니다드 간다고 했으니 믿어보자. 분명 후안은 9시 트리니다드행 버스가 있으니 그걸 타면 된다고 했다. 버스정류장이라고 해서 버스만 서는 것이 아니라 픽업트럭, 민간 택시 등이 서서 손님들을 태우고 간다. 8시 50여분 쯤 픽업 트럭 한 대가 왔다. 트리니다드 가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사진1> 물음표만 가득한 상황

 

<사진2> 우리가 탔던 픽업트럭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어? 맵스미를 켜보니 남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동쪽으로 간다. 우리가 잘못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만큼 동쪽으로 멀리 왔다. 지도를 들이밀며 물어보니 싼티 스피리투스로 간다고 한다.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트리니다드로 가야한다고 한다.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THIS IS CUBA... 

여기는 중앙분리선 개념이 없다. 3차선 도로인데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으면 기사 아저씨가 1~3차선을 왔다갔다하며 주행한다. THIS IS FCKNG CUBA...

그럼에도 우리가 기분 좋게 내린 이유는 현지 교통수단을 타봤다는 자부심+주변구경+결정적으로 1인당 0.5CUC의 요금.

 

<사진3> 쿠바를 여행하는 백패커

 

 

싼티 스피리투스 비아줄 터미널에 내려줬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아침6시에 이미 출발했다고 한다. 여긴 비아줄이 아침 일찍 출발하는 시간대밖에 없다. 물어물어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트리니다드행 버스 정류장까지 걸었다. 많은 현지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고 유니폼 입은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12시에 있단다. 2시간 남짓 남았다. 그늘에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11시 좀 넘어 버스가 온다. 옆에 쿠바노에게 물어보니 트리니다드 간단다. 

줄 섰는데 사람 몇명 태우고 출발해버린다. 2대를 그렇게 보내고 이젠 그늘이 아닌 땡볕에서 서서 기다렸다. 수술복 입은 의사로 보이는 아저씨한테 물어보니 본인도 트리니다드 간대서 그 아저씨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버스가 온다.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큰 소리로 뭐라고 외친다. 의사아저씨가 뛴다. 따라 뛰었다. 너덧번째로 서서 의사 아저씨한테 재빨리 가격을 물어보고 20CUP을 준비했다. 맨 뒷자리를 선점하고 의자 뒤 조금 남는 공간에 짐을 쑤셔 넣었다. 중국제 낡은 버슨데 뭐 그럭저럭 탈만했다.

 

 

<사진4> 현지 시외버스

 

 

1시가 좀 넘어서 트리니다드에 도착했고 무난하게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차메로 까사에 가려다가 길에서 만난 아줌마가 좋은 조건으로 자기네 까사에 묵을 것을 제안했고, 오케이 했다. 꽤 괜찮았다. 2인 1실에 화장실, 넉넉한 발코니까지 있었다. 게다가 웰컴 드링크 구아바 주스는 여태 쿠바에서 먹은 주스 중 최고였다. 조식 포함 2일에 18CUC. 몇일 전부터 이어진 J의 진상짓에 지쳐 따로 돌아다니다가 저녁 9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저녁으로 랑고스타를 먹으려고 차메로에 갔다. 한국사람 몇몇이 보였다. 블로그에서 봤던 차메로 아저씨가 있길래 랑고스타에 대해 물어보니 오늘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맵스미에서 추천한 옆 까사에서 랑고스타를 예약했다. 트리니다드의 중심지 격인 마요르 광장을 지나 외곽으로 크게 한바퀴 돌며 쿠바노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골목 양쪽에 늘어선 스무여채의 집들이 제각각 다른 색깔들을 뽐내고 있었다. 수만 세대가 똑같은 외양을 지닌 한국의 아파트를 보다가 미국단독주택들의 각양각색 할로윈, 크리스마스 데코 보고 받았던 신선한 인상을, 또 다시 쿠바 집들의 저마다 다른 색깔들이 안겨줬다.

 

 

<사진5> 쿠바 최고의 구아바 주스와 트리니다드 전경

 

 

<사진6> 대포와 대포를 이용한 도로 장식, 대포알 장식도 있다

 

 

<사진7> 거리의 객들

 

쿠바노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참 순박하다. 걷다보면 그들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걷다보면 쿠바노들이 내게 건네는 인사가 하바나에선 100에 99는 치노!였던 반면, 트리니다드에선  50이 꼬레아!, 40이 하봉!,10이 치노!였다. 실제로 많다. 까사데라뮤지카에서 한국중년부부 단체 손님들이 무대를 뒤집어놓으셨었다. 길가다 마주친 한국인만 열명정도였다. 중국인, 일본인은 각각 2명 정도.

 

외곽을 도는 중에 길거리 간식들을 먹었다. 시간 맞춰 랑고스타를 먹으러 갔고 한국인 커플을 만나 대화하며 1시간 정도 먹고 나왔다. 한 번은 먹을만 한 것 같다. 저녁 먹고 들어가려는데 까사 대문 열쇠가 맞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숙소를 착각한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착각한 까사가 원래 내가 묵는 까사 주인장의 여동생이 하는 데였다. 한블럭 정도 떨어져있었고, 그 여동생과 맞은편 집 아저씨 덕분에 J와 만나기로 한 시간 전에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까사데라뮤지카에 갔다. 흥이 별로 안 나서 보다 걷다 보다 걷다 했다. J가 오늘 만난 애라며 누굴 데려왔다. 쿠바 남자앤데 딱봐도 J한테 관심이 있는 듯했다. 으이구 청춘이다. 페스티벌 중인 바로 옆 디스코클럽에 가잔다. 자기가 여기 아는 사람이 있다며 쿠바리브레도 주고 맥주도 준다. 적당히 눈치봐서 시끄럽다는 핑계로 빠져줬다. 아니다 다를까 다음날 J에게 들어보니 쿠바애가 스킨십을 시도했단다. 으이구 청춘이다.

 

<사진8> 쿠바노의 일상

 

<사진9> 바나나 칩과 칠리 랑고스타

 

 

<사진10> 까사 데 라 뮤지카

 

 

출처

갤럭시 S9+ 기본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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