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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겨울, 쿠바

[쿠바 #5] 체 게바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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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금

체 게바라 박물관 - 레볼루시온 카페 - 재즈 공연

 

밤새 부지런히 울어대는 닭 때문에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든 듯하다.

혼성으로, 라커없이 모르는 외국인 셋과 안 지 하루가 채 안 된 외국인 하나와 같은 방에서 잔다는 사실로 긴장한 탓에 잠에 든지 4시간도 안돼 눈이 떠졌다. 어제부터 온 비는 계속 오다말다 했다. 씻고 대강 계획을 세우고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

 

까사 호스트 후안에게 문의하니 자기 여동생네에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코너 하나 돌면 나오는 집에서 까사를 운영한다고 한다. 원래 5쿡인데 너희들은 3쿡에 해주겠다며 찡긋한다.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잠시, 바로 옆 테이블 백인 아주머니들의 식사랑 차이가 확연하다. 여동생을 불러 물어보니 '이건 5쿡 짜리 식사, 너희 건 3쿡 짜리 식사!'를 시전한다. 나참.

<사진1> 어딜 가든 비슷한 까사의 아침

 

 

찝찝한 기분으로 나와 J와 함께 체게바라 박물관을 향해 걸었다.

 

산타클라라는 체 게바라와 그 일당이 정부군과의 대치에서 전세를 뒤집은 격전지로 유명하다. 이를 기념해 산타클라라에 체 게바라를 안장하여 그의 묘소와 기념관이 세워졌다. 기념관은 쿠바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오른쪽엔 그의 유품, 기록들이 전시된 박물관이 있고 왼쪽엔 그가 안치된 추모관이 있다.

 

<사진2> 체 게바라 동상

 

 

돌아올 땐 비가 오는 바람에 3CUP에 마차를 타고 왔다.

 

<사진3> 마차, 3CUP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탄 모네다 식당에 와서 점심을 먹는데 J가 비쌌는지 콜라만 시켜서 홀짝홀짝 마신다. 마음이 불편해 닭다리를 하나 건네니 허겁지겁 먹는다. 이 때 알아봤어야 했다.

 

<사진4> 닭다리와 야채, 밥, 70CUP

 

 

까사에 들러 호스트에게 내일 트리니다드로 이동할 교통편에 대해 물어보고 근처에 있는 경기장과 대학을 구경하려고 했다. 마침 방에서 쉬고 있던 브라질 친구와 말을 터서 같이 기념품 샵과 Café-Museo Revolución에 갔다. 가는 길에 교복입은 예닐곱명이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들이 향한 곳을 보니 낡은 시멘트 건물 1층에 작게 자리 잡은, 학교보단 교실이 있었다. 깔끔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이들은 우리 외국인 무리가 신기했는지, 반가웠는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사진5> 기념품 샵 가는 길에 본 작은 학교

 

 

<사진6> 거리의 정육점, 상점. 냉장고? 없다.

 

 

브라질 친구는 예산이 넉넉한 모양이었다. 고급 시가 한 통을 100몇쿡을 주고 샀다. J는 이것 저것 꺼내보고 만져보더니 결국 저렴한 시가 보관통을 하나 샀다. 카페 분위기는 괜찮았는데 음료는 그저 그랬다. 다시 까사 가서 좀 쉬다가 셋이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사진7> Café-Museo Revolución

 

<사진8> 산타클라라 뮤직페스티벌 공연

 

이 때 J의 진상짓이 극에 달했다. 브라질 친구가 제안하는 곳곳마다 비싸다며 퇴짜를 놓는다. 식성은 또 얼마나 까다로운지, 못 먹는 게 참 많다. 결국 저녁 늦은 시간 극적으로 타협해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브라질 친구가 와본적이 있다는 곳이었다. 이 메뉴 저 메뉴 어땠니 문답을 한참 한 후에 그놈의 실란트로 타령이 시작됐다. J는 결국 제일 싼 걸 시켰는데,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브라질 친구에게 부탁해 점원에게 꼭 실란트로 빼달라고 자기는 실란트로가 스친 음식조차도 입에 대지 못한다며 전달을 부탁 했었다. 볶음밥류의 음식이었는데 음식이 나오자 코를 대고 킁킁 맡고 숟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뒤적 거려도 본다.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흥분하며 실란트로 있잖아아아악!!! 하며 울먹거린다. '똑바로 전달한 거 맞냐, 대체 쿠바는 왜 이러냐, 밥 못 먹겠다, 안 먹겠다'고 심통을 부린다. 내가 시킨 메뉴엔 실란트로가 있었고 브라질 친구 메뉴엔 없었다. 브라질 친구는 결국 자기 메뉴와 J의 메뉴를 바꿔 먹자고 했다. 브라질 친구의 메뉴는 J 메뉴의 2배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내가 다 민망하다.

 

여차저차 저녁을 먹고 공연을 보러 왔다. 첫 번째 연주한 혼성밴드는 몰입이라는 게 뭔지 보여주었다. 브라질 애가 깐찬차라를 사줘 맛있게 마셨다.

 

자정 즈음 까사에 돌아와 내일 트리나다드 행 교통편을 확정짓고 J와 잠깐 얘기를 나눴다. J가 가지고 있는 텀블러가 뭔가 특별해 보여서 물어보니 Life Straw라는 제품이란다. 수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개도국을 위한 적정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열대지방의 수질은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며 텀블러에 물을 담아 독일에서 개발된 수질정화 용액을 몇방울 떨어뜨려 그 스트로우로 물을 마신다고 한다. 수질에 참 민감하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이 친구가 독일에서 수질 개선에 관련한 NGO에서 일하며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나중엔 본인이 태어난 인도 수질 개선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한다.

 

출처

갤럭시 S9+ 기본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