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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9] 갑작스런 여행 마무리 본문
2020/1/14/화
트리니다드-시엔푸에고스-플라야 히론
7시 40분 기상, 씻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도 발코니에 아침을 차려주셨다. 매일 메뉴가 조금씩 달라진다. 치즈에 바게트 두조각이 추가됐다. 구아바쥬스는 역시 JMT.
J와는 이제 작별의 인사를 하기로 했다. J는 시엔푸에고스로 나는 플라야 히론으로 간다. 시엔푸에고스까지 같이 가서 나는 한번 더 버스를 탄다. 트리니다드의 버정에서 50여분 기다린 끝에 시엔푸에고스 행 버스가 왔다. 의사 아저씨한테 확인하기론 10CUP이었고 현지인들은 10CUP 내고 있는데 우리 보고는 5CUC을 내란다. 돈 없다며 10CUP을 쥐어주려니까 우리 짐을 빼려고 한다. 히론 가는 시간도 생각해야하니 탈 수 밖에 없었다.
시엔푸에고스는 트리니다드보다 큰 것 같았다. 내리자마자 플라야 히론행 비아줄 버스가 보였고 물어보니 지금 출발한단다. 바로 7CUC내고 짐을 실었다. J와 작별의 포옹과 볼뽀뽀를 했다. 애증의 J...
버스 옆자리엔 프랑스형이 있었다. 물어보니 자기는 아바나에 가고 6시간 쯤 걸린단다. 하이웨이 그란데를 타고 간다는 소린데, 지도를 보니 히론은 동떨어져있다. 불안했다. 자기가 스페인어 되니까 버스가 서면 같이 기사님께 가서 물어봐준단다. 초조하게 지도를 보고 있는데 히론을 향해 간다. 다행히 안전하게 도착. 아바나 행 버스 스케쥴을 확인해보니 매일 12:30, 17:30에 버스가 있었고 3시간 이상 걸리고 요금은 12CUC이었다. 응 난 로컬 탈거야~
까사들이 모여있는 사거리로 가는 중에 맘 좋은 비씨 택시 아저씨를 만났다. 아찌한테 아바나행 로컬 이동수단을 물어보니까 아침 일찍 6시에 정류장에 가면 아바나로 가는 현지버스들이 싼 값에 태워줄 수도 있을거라고 한다. 왜 이른 시간에만 가능한 건지 물어보니 비아줄 회사와의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뭐 이런 눈치였다. 그래 뭐 일찍 아바나 가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좀 쉬다가 공항 가야지.
한국인들에게 특히 유명한 넬리네 까사가 있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아바나, 산타클라라, 트리니다드에서 본 2, 3층 짜리 까사 건물들이 여기에는 없었다. 플라야 히론엔 단층짜리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도시라기보다는 마을에 가까웠다. 어쨌든 숙박비 사전조사를 위해 몇 집을 들렀다. 전체적으로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기는 했지만 1박에 25쿡을 부른다. 미련없이 나왔다. 나는 10쿡을 원한다. 넬리네에 도착했다. 넬리네는 한국의 전원주택을 닮아 있었다. 들어가니 외관대로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돈을 많이 번 티가 났다. 여기도 비싸긴 비쌌지만 무엇보다 남는 방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는 내일 2인 1실을 쓰는 두명 중 한명이 나간다고 했다. 땡볕에 좀 걸어서 힘든 참에 한국어로 된 쿠바 가이드북이 눈에 띄었다. 테이블로 눈을 옮기니 아바나에서도 못봤던 한국인 정보북이 있었다. 정보북 좀 보고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나중엔 시원한 파인애플 주스까지 대접해 주었다. 이래서 넬리네, 넬리네 하는구나. 정보북엔 본인의 여행이유나 일기, 감상 따위의 것들과 정보들이 지도, 삽화들과 함께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곳저곳 여행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정보북에서 다시 만나는 재밌는 현상도 보였다. 그래서 원글에 댓글들이 달렸다. 바로 어제 쓴 것까지 있었다.
쭉 읽어보면서 추천 식당들을 맵스미에 저장했고, 무엇보다 깔레따 부에나에 가려고 했던 내 계획이 푼타 페르티즈로 바뀌었다. 오케이, 여기까지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태극기, 독일국기, 쿠바국기가 걸려져있는 곳에도 가보니 역시나 25CUC. 예산이 없다고 10CUC 생각하고 있다고 하니 코웃음을 치며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난 굴하지 않는다. 사거리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며 느긋하게 한집 한집 물어봤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줌마가 날 보더니 까사를 찾느냐고 물어서 10CUC에 1박, 총 2박을 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여기는 법으로 15CUC 밑으로 안된다고 하면서 15CUC에 방을 주겠다고 한다. 괜찮다고 하는데 자꾸 따라온다. 무시하고 캐나다 국기가 걸려있는 다음집에 들어갔다. 깔끔했다. 할머니가 태우는 담배 냄새가 집안 곳곳에 배어있었지만. 왜소한 할머니 한 분이 맞아주셨다. 처음부터 10CUC을 외치며 들어갔다. 일단 할머니는 방을 보여주려고 하셨다. 인테리어, 화장실, 방 모두 깔끔했고 쿠바 기준으로 최신식에 가까웠다. 2층 방을 먼저 보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는지 확인하다가 잘 안 나오자 멋쩍어하셨다. 5분 정도 샤워부스 물을 틀어놓고 그래도 안 나오니까 세면대 물을 틀어놓고 변기물을 내리니까 그제야 따뜻한 물이 나왔다. 내가 완강하게 10CUC이라니까 1층 방을 또 보여주겠다면서 데려갔다. 1층 방은 훨씬 좋았다. 널찍한 침대에 TV, 미니 냉장고, 벽걸이 에어컨, 화장실이 있었다. 10CUC 아니면 간다고 했다. 여기서 웃긴 건 아까 자전거 아줌마는 계속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밖을 슬쩍 보시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10CUC에 해줄 테니까 다른 데다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됐다. 되잖아.
하나 더 남았다. 자전거. 다른 관광객들은 까사에서 무료로 빌려준다고 하는데 여기는 안 그러냐고 계속 물어보니 처음엔 따로 3CUC 내야 한다는 걸 결국엔 무료로 빌려줬다. 상태도 거의 새 거에 가까웠다. 완벽한 승리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허기를 채웠고 저녁에 들를 식당들을 알아봤다. 너무 더워서 내일 푼타 페르티즈는 자전거가 아닌 버스를 이용해야겠다. 오늘은 특별한 일정 없이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리조트 가까이 파도가 멋있게 치는 말레꼰에 갔다. 여기서 시원하게 파도를 맞으려다가 너무 큰 걸 맞아버려서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찢어졌다. 다행히 주변 의원에 가서 꼬매고 여행이고 뭐고 산송장 처럼 지내다가 다음날 엠뷸런스를 타고 좀 더 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뼈에 이상 없다는 걸 확인했다. 큰 병원 근처 숙소에서 이틀 산송장 처럼 지내다가 아바나 공항으로 와 하루 노숙을 하고 토론토를 거쳐 집에 왔다.
출처
갤럭시 S9+ 기본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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